대법원이 10일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유보했다는 이유로 교육부에 의해 고발된 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날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당시 교과부장관이 상습적으로 교육감을 고발하고, 전북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을 흔든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이 사안과 관련해 교과부가 직무이행을 내리면서까지 시국선언 교사 3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압박할 때마다 ‘1심 법원 무죄, 2심 법원 유죄가 나올 정도로 법리논쟁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사건’ 이라는 점을 들어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지 징계집행을 유보한다는 의사표시를 해왔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의 원칙, 국가징계권과 국가형벌권에 특별히 엄격하게 적용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타당한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당시 교과부와 검찰은 전라북도교육감의 이러한 정당한 직무집행에 대해 형법 제122조의 직무유기죄를 들이댄 것이다.

직무유기죄는 추상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고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의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이다.

그 점에서 볼 때, 징계처분을 방임 내지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의 최종판단시까지 유보한 전라북도교육감의 행위를 범죄행위로 보아 기소한 검찰은 검찰권의 행사를 명백히 남용한 것이다.

또 교육부는 헌법질서가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만 행사해야 한다. 현행법상 교사에 대한 징계는 해당 시·도교육청의 교원징계위원회와 교육감의 권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교육감들에게 특정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압박하고, 그것도 중징계 등 징계의 구체적 수위까지 정해 강제하는 행위는 명백히 형법상의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

교사에 대한 관계에서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교사의 권리와 법적 지위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호하는 것이다. 보호가 ‘원칙’이고, ‘제한’은 예외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과연 이러한 (헌)법정신을 유지해 왔는지 겸허하게 지난날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아울러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 권력이 우리 선생님들의 양심과 전문성을 억압하는 시도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문화적‧예술적‧학문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포함해) 모든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리켜 “입의 자유”(Freiheit des Mundes, freedom of mouth)라고 말한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의 유지와 존속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자유이다.

교사를 포함한 국민의 입을 막으면 민주적 공동체의 생명력은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지 교사라는 이유로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그러한 제한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민주적 공동체의 유지와 존속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제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