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국회가 어린이집 무상보육예산의 45%만 정부에서 지원토록 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하는 이른바 ‘누리과정 패키지법’을 의결한 데 대해 “정권이 끊임없이 기도해 온 지방교육자치 말살에 사실상 국회가 동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는 지난 2일 누리과정 예산에 3년 한시의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일반회계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전입금을 받아 예산을 충당토록 하는 이른바 누리과정 패키지법을 통과시켰다.

김 교육감은 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그동안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강행해 온 정부의 행위에 대해 국회가 정당성과 합법성을 인정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시도교육청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쪽박을 깨서는 안된다’며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했음에도, 국회는 다수결로 누리과정 패키지법안을 의결 확정했다”면서 “국회의 이 결정은 두고두고 지방교육자치 역사에서 참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교육감은 “정치인들은 특히 정치성이 강한 법률을 설명할 때 ‘정치적 이해관계’, ‘대립과 타협의 산물’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하지만 정치적 타협을 할 때도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게 있다. ‘원칙’이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는 원칙, 법률은 국회만 제정한다는 원칙이다”고 말했다.

국회가 법률을 규정해 놓으면 대통령이건 장관이건 누구도 법률에 위반하는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 그럼에도 그러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만들게 되면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위헌선언을 해서 그 효력을 없애버린다는 것, 그게 원칙이라는 것.

또 “국회의원이 법률을 만들면 그 법률에 수반하는 조항들이 있다. 여기서 적용되는 아주 중요한 헌법 원칙이 체계정당성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이 체계정당성의 원칙은 하나의 법률 내에서 조항 상호간의 모순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두 개 이상의 법률 상호간의 모순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국회가 법률을 제정했는데 서로 충돌한다. 과연 국회의원들이 이 원칙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들어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김 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시도교육청이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에만 교육예산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시도교육청의 예산안 편성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고, 예산을 배정할 때는 총액으로 배정하게 되어있다”면서 “이게 국회가 스스로 세워놓은 원칙인데도, 국회는 이번 누리과정 패키지법안을 통해 칸막이를 해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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