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유명한 구택 운조루 뒷산에 아이들 노는 소리가 왁자하다.
“자, 무서워하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리듬에 따라 올라가봐요.”

7~8m 높이의 참나무 가지에 로프를 걸고 아이들이 겁 없이 나무를 오른다. 이른바 트리클라이밍(tree climbing)이라는 레포츠로 수목관리사들이 나무를 가꾸며 움직이는 도구와 기술을 발전시킨 장르이다.

“구례에는 풍부한 산림, 생태자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생태감수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과 장기적으로 지역의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킬 전략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동안 함께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 숲속 놀이터와 카누를 이용한 섬진강에 대한 접근이었습니다.”

대구에서 10여 년간 청소년 교육문화활동을 하다 구례에서 지리산 둘레길 센터장을 역임한 임현수(47) 지리산 마을학교 대표는 이를 위해 직접 수목관리사(Aborist)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지리산 마을학교는 그동안 지역자원의 보존적 활용과 주민들과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전라남도교육청 마을학교로 지정돼 활동하고 있다.

마을학교의 교육과정은 “구례의 자원을 활용한, 구례에서만 가능한 학교”를 내세운다. 삶과 교육이 분리될 수 없고, 이를 위한 공동체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트리클라이밍뿐만 아니라 섬진강 생태 모니터링과 카누투어, 마을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편찬하는 프로젝트,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탐방과 연계하는 길 위의 인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 마을학교의 또 다른 특징은 자기주도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아이들이 참여해서 활동하는 과정이 출판이나 전시로 반드시 연계되고, 장기적으로 지역적 삶, 새로운 직업과 활동을 구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잘 아는 것과 잘 교육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이제 시작이라 서투른 것도 많지만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자연을 만나는 것이 저에게도 큰 공부입니다.”

작년에 귀촌하여 마을학교 교사로 활동하는 생태전문가 정태준 님의 이야기다.

지리산 마을학교의 운영 주체인 사회적 기업 지리산씨 협동조합은 최근 구례 자연드림파크의 핸드메이드 체험공방, 시네마 등 문화 서비스 부문을 맡아 운영하면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허스토리(위안부 할머니들의 재판투쟁 영화)’ 무료상영, 반달가슴곰 빵 만들기 체험 등 지역 교육문화 중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자체가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지속가능성의 전제조건이기도 합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올해는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것부터, 장기적으로 전원 교사-전원 학생제의 지역교육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한발 한발 가 볼 생각입니다.”

임현수 대표와 지리산 마을학교 교사들은 진지하지만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 마을학교의 에너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