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iTV 권광혁 기자] ‘꿀오소리 이야기’(씨드북, 2018)와 ‘내 이름은 푸른점’(노란돼지, 2019)에 이어 쁘띠삐에의 세 번째 작품 '걸어 다니는 새(살림, 2020)'가 출간 됐다.

작가 유혜민의 '걸어 다니는 새'의 내용은 번화한 도심 높은 빌딩 난간 한 둥지서 알을 깨고 나온 아기 새는 낯선 세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기 새가 처음 만난 세상은 불행하게도 빌딩 숲이었다. 돌봐주는 어른 새도 없이 운명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아기 새는 살아남기 위해 서투른 날갯짓을 반복하다가 그만 가로수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 위험한 와중에도 아기 새는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우연히 거리 사람들이 두 발로 힘차게 걸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더구나 아기 새는 자신도 사람들처럼 걸어 다닐 수 있는 두 발이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된 후부터는 걸어 다니기에 더욱 흥미와 관심을 가지며 익숙해져 갔다. 걸어 다니다 보니 먹거리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사람들 틈에 끼어 사는 재미와 행복감이 쏠쏠했다.

날기보다 걷는 연습을 더 많이 하던 아기 새는 높은 빌딩 숲 위를 날고 있는 친구들이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보 멍청이로 비쳤고 걸어 다니는 자신은 아주 멋쟁이라는 자고함으로 매일을 우쭐대며 자유롭고 신나게 돌아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건물 담장 위에 터줏대감 같은 밤 고양이가 아기 새의 흥얼거리는 노래 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걷는 아기 새를 조용히 지켜보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책의 최고 반전은 마지막 장면이다. 아기 새는 어떻게 됐을까? 밤 고양이는 또 어떻게 됐을까? 아기 새는 날개가 뽑힌 채로로 날았을까 아니면 고양이의 먹잇감이 됐을까? 고양이는 아기 새의 부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을까 괜찮았을까?

쁘띠삐에의 그림과 글은 무엇보다 독자들의 연령층이 제한적이지 않아서 좋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고 학생들에게 독후 토론을 위한 여러 주제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생각거리를 선물로 주는 아름다운 책이라 생각된다.

작가 쁘띠삐에(유혜민)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UAL Camberwell College of Art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작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음식과 이웃이며, 쁘띠삐에 그림책을 통해 이 주제들을 계속적으로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