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명문학상 심사결과
장준덕 기자 hyun@schooli.kr입력 : 2021. 07. 27(화) 19:15
박현식 송호대산학협력단장
[스쿨iTV] 한국 유학의 큰 맥을 형성한 남명 선생님의 얼을 이어가는 방향은 대략 두 갈레의 길이 있다. 하나는 학술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이다.

학술이 사실에 기초한 진리의 탐구라면, 문학은 상상의 터에서 피는 은유의 꽃이다. 학술이 직접성과 논리의 가치라면, 문학은 은근한 깨달음과 넛지(nudge)의 가치다.

따라서 문학이라는 공간에서 남명 정신의 계승 발전은 각 문학 장르의 작품 주제(대상) 자체를 직접 남명(또는 남명 사상)으로 한정하거나 축소할 이유는 없다. 각 장르의 작품에 알차게 녹아있는 남명 정신의 재현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은 여러 장르(소설, 수필, 시, 시조, 동시, 디카시)의 작품 중에서 한 작품을 선정한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와 치열한 논의를 거듭했다. 각 장르는 저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있으므로 장르 간 우열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각 장르마다 오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형성된 문학성을 우선 충족하는 작품이어야 할 것이며, 더하여 남명 정신을 기리는 본 문학상의 취지 및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각 장르의 최우수 선정 작품을 중심으로 수차에 걸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시조 부문(이인환)의 〈소낙비 뚫고〉, 소설 부문(박현식)의 〈다시 울리는 성성자〉, 동시 부문(이사빈)의 〈달〉로 압축하고, 또 수차의 검토와 토의를 거쳐 전원 합치로 이인환의 〈소낙비 뚫고〉를 대상 작품으로 선정했다.

이인환의 시조 작품 세 편은 작품성에서 굴곡이 거의 없는 수준작이다. 시조의 전통 음보에 충실하면서도 현대 감각의 적정한 어울림이 돋보인다.

인간의 근원적인 서정과 역사에 대한 통찰력이 깊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시향.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강하고 대범한 어조가 출렁인다. 그 넓고 깊은 언술과 가락에서 남명 선생님의 실천 정신과 은유를 본다.

소설 부문의 최우수 작품으로 박현식의〈다시 울리는 성성자〉, 우수 작품으로 이산의 〈스승을 찾아서〉, 정완식의 〈출사표〉를 선정한다.

박현식의 〈다시 울리는 성성자〉는 현재 국내의 가장 큰 이슈라고 할 수 있는 정치인의 마음가짐으로 남명 선생님의 정신이 기본이 된 실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는 쉽지 않은 주제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이산의 〈스승을 찾아서〉는 학교에서 일어난 일화를 통해 남명 선생님의 교육에 관한 정신을 그리고 있다. 소설로서 스토리 구성과 반전의 재미 등 소설 장르의 특성을 살려내는 재주도 주목할 만하다.

정완식의 〈출사표〉는 남명 선생님의 정신을 현대 정치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음을 은연중에 포함하고 있는 소설 감각과 간결한 문체의 간결함이 장점이다.

수필 부문의 최우수 작품으로 장철호의 〈사당에서 피는 향기〉, 우수 작품으로 민병식의 〈격리〉, 이경훈의 〈서로 다투지 않는다〉를 선정한다.

장철호의 〈사당에서 피는 향기〉는 어머니와 종갓집 사당을 찾아가면서 느끼고 깨달은 삶의 가치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남명 선생님의 정신과 사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거진 풀숲에 낫질을 하고, 무너진 제방을 쌓아 사당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어머니의 수고로움은 남명 선생님의 후학 양성과 닮았다.

민병식의 〈격리〉는 코로나19로 격리 되면서 느꼈던 체험을 횟집 수족관 풍경과 출세를 거부하고 스스로 격리된 삶을 선택한 남명 선생님의 사상을 연계하여 전개한 점이 돋보였다.

이경훈의 〈서로 다투지 않는다〉는 섬세한 묘사와 수려한 문체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고, 남명 선생님의 시를 인용하면서 자연과 삶의 어울림의 의미를 도출한 점이 눈에 띈다.

시 부문의 최우수 작품으로는 권덕진의 〈지게〉, 우수 작품으로는 곽인숙의 〈남명의 빛-흑진주 한 알〉, 김완수의 〈경쾌한 위판장〉을 선정한다.

권덕진의 〈지게〉는 오래된 지게를 통해 질곡의 시절을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아온 희생과 그리움을 형상화 했다. 사물의 관찰과 유추의 시선이 신선하고 독특하다.

그의 다른 두 작품인 〈미끼, 산해정의 봄〉는 다소 거친 구성과 표현에도 불구하고, 메타포와 이미지를 무난히 살려내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지게의 메타포와 이미지에서 남명 선생님의 정신을 유추하여 볼 수도 있겠다.

곽인숙의 〈남명의 빛-흑진주 한 알〉은 남명 선생님의 삶과 정신을 흑진주에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역사적 인물을 시적대상으로 할 때에는 그의 삶과 행적을 다양한 수사를 통해 현재적 가치와 의미로 재현하면 더욱 훌륭한 작품으로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완수의 〈경쾌한 위판장〉은 새벽 위판장의 삶의 현장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시조는 이번 응모 부문 중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 가장 많은 장르였다. 왜 시조가 한국인의 언어와 서정에 딱 맞는 시문학인지 새삼스럽게 깨닫는 기분이랄까? 우수한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도 하지만, 심사의 측면에서 깊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상 작품으로 이인환의 〈소낙비 뚫고〉가 선정 되었고, 최우수 작품으로 박한규의 〈남명매〉, 우수 작품으로 양승민의 〈남명 선생을 기리다〉, 임성근의 〈천자문〉을 선정한다.

박한규의 〈남명매〉와 양승민의 〈남명 선생을 기리다〉는 남명 선생님을 직접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 그의 삶과 행적을 세심하게 돌아보고, 의미와 가치를 기리는 시심이 곱다. 그 선한 이미지가 시조 가락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임성근은 〈천자문〉의 의미를 시조 음보에 무난히 담아내는 수고로움이 돋보인다.

동시 공모로서는 첫 회인만큼 일반 시로도 이미 등단을 하고, 동시로 응모한 몇 사람은 동시 쓰기가 부족함이 없었지만, 이번 선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동시 부문 최우수 작품으로 이사빈의 〈달〉, 우수작품으로 이영희의 〈나무〉, 김영미의 〈닮아가기〉를 선정한다. 이사빈은 〈달〉에서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그믐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과정을 문을 여닫는다는 표현이 신선하고 시적 상상력이 놀랍다.

나머지 2편도 부족함이 없고, 균형 있고, 수준이 높았다. 이영희의 〈나무〉는 봄에서 여름까지 나무가 무성하기까지를 누군가 풍선을 분다고 했다. 참신한 표현이다. 김영미의 〈닮아가기〉는 표현과 상상력이 충만하다. 한결같이 본 공모의 취지와 목표에 부합하는 작품들이다.

디카시 부문은 현대 문학의 한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명문학상도 시대적 흐름을 수용하여, 이번에 처음으로 디카시 부문을 공모했다.

최우수 작품으로 윤주동의 〈산해정 굴뚝〉, 우수 작품으로 박종성의 〈마르지 않는 우물〉, 이둘임의 〈남명의 눈〉을 선정한다.

윤주동의 〈산해정 굴뚝〉은 보통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쳤을 산해정 굴뚝에서 남명 선생님의 향학과 인재양성의 이미지를 생성해냈다.

카메라와 시와 상상의 어울림이 빛난다. 사진과 몇 줄의 시문이라는 한계를 넘어 의미의 시공간으로 재현시키는 재주가 남다르다.

박종성의 〈마르지 않는 우물〉은 산해정 우물을 통해 공생의 남명 정신을 포착했다. 우물을 피사체로 선택한 점도 신선하고, 그곳에서 협의와 격려의 미덕을 찾아내는 사유도 깊다. 이둘임의 〈남명의 눈〉은 산해정 기둥의 옹이를 남명의 눈으로 의인화한 점이 독특하다.

남명 조식 선생님의 정신과 사상을 기리는 남명문학상은 제2회가 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디카시 부문과 같은 새로운 장르를 소홀히 하지 않고 수상 부문에 포함한 것도 남명 정신의 실천이다.

응모 부문별로 응모 편수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우수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기도 하지만, 이 많은 좋은 작품 중에서 수상 작품을 선별하는 것은 고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은 남명문학상으로 멋진 작품을 탄생시키는 진통 같은 것이리라. 이것이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겁게 받고 볼 일 아니던가?

이번에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드린다. 이 상의 영예를 늘 간직하시고 정진해 남명문학상이란 발판 위에서 한국문학의 우듬지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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