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iTV]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뇌에 칩을 심은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인공지능(AI)과 사랑에 빠지면 어쩌죠?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전쟁을 일으키면요? 지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조만간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고, 신기술이 상용화된 뒤 생겨난 문제점을 그때 가서 대응하면 이미 늦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창의적 인문학’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기술 발달은 인간의 신체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다리를 대신해 수레에서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이 생겨났다. 눈이 확장돼 모니터와 스마트폰, 망원경 등이 만들어졌죠. 그러나 앞으로의 기술혁명은 인간의 몸이 아니라 뇌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생각과 판단, 논리와 추론 같은 지적 능력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거죠. 그 시대에 인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인류, ‘포스트 휴먼’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10년 후 미래에는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무엇부터 로봇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브레인 칩’ 기술이 이미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듯, ‘포스트 휴먼’은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디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삶에 축복이 될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도 모른 채 무작정 뛰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단지 과거의 지혜와 전통, 관습에서 오늘의 해법을 찾는 게 아니라 내일을 향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새롭게 조망하고 그려 내는 거다. 다시 말해 고전 속 선조들이 남긴 지혜로 내일의 해법을 찾되,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미래지향적 인문학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는 《미래 인문학》이다.

이 책은 우리가 경험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이며, 그 안에서 새롭게 생겨날 수 있는 갈등과 혼란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 대비책을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를 그리다 보니 SF적 상상이 많이 동원됐다. SF는 ‘science fiction’만이 아니라 ‘social fiction’까지 포함한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미래는 과학과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변화될 문명과 사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을 과거의 제사장들이 청동거울을 통해 미래를 내다봤던 ‘예언서’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오랜 시간 필자가 저널리스트이자 연구자로서 써 왔던 글처럼 철저히 사실과 논증에 근거해 미래를 조망했다. 특히 역사와 철학 등 인문 고전의 지식들을 바탕으로 영화와 소설, 예술 작품 등의 다양한 읽을거리를 담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 교양서라고 볼 수 있다.

책을 내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과 조언이 있었다. 놀라운 인사이트로 언제나 깊은 영감을 주시는 이광형 KAIST 총장님, 항상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시는 진양곤 HLB 회장님, 언론계의 대선배로서 늘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시지 않는 이규연 미래학회장님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아울러 기술 변화의 최첨단에서 시장의 흐름을 읽고 환경의 변화를 세밀하게 낚아챌 수 있도록 도와주신 김병규 넷마블 대표님과 오상훈 럭스로보 파운더님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다른 관점에서 다양한 시각과 생각의 거리들을 던져 주신 최혜정 한겨레신문 논설위원님께도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지난 10여 년 동안 단단한 신뢰와 지지의 마음을 보내 주신 정의화 전 국회의장님과 늘 새로운 도전으로 열정을 일깨워 주신 김세연 전 의원님께도 감사 말씀드린다. 덧붙여 시대를 읽는 혜안으로 지식 사회를 이끌고 계신 박정태 광문각 회장님과 책 편집에 열성을 다해 주신 출판사 식구들께도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 윤석만 지음 | 신국판, 320쪽, 2도인쇄, 무선제본 | 20,000원 | 광문각출판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