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구 ‘학생의 날’)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에서는 700여 명의 학생대표가 모여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건의하는 ‘학생참여대토론회’가 열렸다.

일년 전, 교육부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했다. 현행 역사교과서는 우리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서술한 ‘기운’이 오고,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이유였다.

조 교육감은 서울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으로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맞아 현 정권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역사 교육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조 교육감은 현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이 시대에 역행하며 역사교육의 바람직한 방향과 전혀 맞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첫째, 교과서 국정화는 그 자체로 비교육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모두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경청과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민주시민을 길러내고 있다. 국가가 정한 지식만을 가르치려는 국정교과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교육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둘째, 교과서 국정화는 공교육 발전의 발목을 잡는 일이다.
획일화된 지식을 가르쳐 정답만을 찾게 하는 교육은 시대에 걸맞지 않고, 이는 곧 학생과 학부모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정화는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공교육을 사지로 내모는 정책이다.

셋째, 높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의지로 추진된 국정화 정책은 그 과정은 물론 내용에서도 위헌적이다. 헌법 제1조 국민주권의 원칙, 제31조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원칙은 물론, 학생, 교사, 학부모의 기본권까지 침해하기 때문이다.

넷째, 국정교과서는 세계화시대에 우리 사회와 교육에 요구되는 ‘미래지향적 역사교육’에 역행하는 반시대적인 것이다.

역사교육은 다원성, 논쟁성, 비판성, 학생 주체성의 원리 위에서 이루어지므로 다양한 견해와 의견, 인식의 차이를 존중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또한 역사는 본질적으로 논쟁적이기 때문에 역사교육은 논쟁성을 살리는 수업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전적으로 반하는 국정교과서는 학생들을 메마른 방식의 ‘정답찾기’로 내몰 것이다.

이밖에도 국정화 정책은 수많은 결함과 오류를 가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국정화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대한민국 민주주의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민심을 수습하고 헌정질서를 바로 세워 국정쇄신의 기회로 삼기를 권한다고 했다.

이번 ‘최순실 사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하게 밀어붙인 역사교과적 국정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로 세우는 것은, 역사에 대한 정의로운 평가를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교육의 핵심이 돼야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편향된 교과서,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는 국정 교과서로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 이뤄질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힐 수도 없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저의 심정은 참담함을 넘어 공황적 상태에 이르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우리의 이 국가적 현실을 바라보면서 받았을 충격과 혼란을 생각하면 서울교육의 안정성을 어찌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이 상황에서 교육감으로서 ‘정치적으로 불온한 것’으로 판명나고 있는 국정 교과서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뼈저린 고민을 하게 된다고 했다.

우리의 정치가, 국가가, 정부가, 그리고 교육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이다. 저는 무수한 서울교육의 정책들을 펼치기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역사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게 하고자 한다.

교과서에 적힌 ‘민주주의’와는 다른 현실정치에 분노한 아이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교육을 책임진 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의 선택이 다를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 조희연교육감은 다시 한번,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의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