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iTV] 아침 출근길에 신호등 앞에 서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불법 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려 초록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이 손을 잡은 부모도, 운전대를 잡은 시민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천년고도 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다.

그러나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걸린 불법 현수막은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때로는 안전까지 위협한다. 신호등을 가린 현수막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도심 곳곳을 뒤덮은 불법 현수막은 국제 관광도시 경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달 말 경주서는 미·중·일·러를 비롯한 21개국 정상과 대표단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 시기, 깨끗하고 정돈된 거리를 가꾸는 일은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경주의 품격과 신뢰를 지키는 기본이자 시민의 자존심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래서 저는 이번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기간만큼은, 모든 시민이 한마음으로 ‘불법 현수막 없는 경주’를 만들어 가길 제안한다. 경주시는 그간 불법 현수막 근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경주시는 지정 게시대와 가로등 현수기, 벽보 게시판 등을 활용해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홍보 수단을 마련했으며, 교육환경 보호구역과 어린이보호구역을 중심으로 불법 광고물 집중 정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단속 전담반을 운영하는 동시에 시민과 함께하는 ‘불법 광고물 수거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1억 2,000만 원이 넘는 보상금이 지급되는 등,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곧 수많은 불법 광고물이 시민의 손으로 정리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지난 2월에는 경주시 공무원, 옥외 광고협회,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이 모여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올바른 광고 문화를 계도하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현수막은 숨바꼭질하듯 다시 나타난다. 단속을 피해 옮겨 다니고, 철거해도 며칠이면 다시 걸린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시민·상인·단체가 모두 나서서 “불법 현수막은 경주의 품격을 해친다”라는 공감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주체는 정당과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정치 활동’이나 ‘정책 홍보’ 등의 명목으로 단속 예외가 적용되다 보니, 도심 곳곳이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다.

특히 일부는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들께서는 “정당이나 관공서 현수막이 오히려 가장 눈에 거슬린다”라는 말씀을 자주 한다.

현수막을 가장 많이 다는 주체가 정당과 공공기관인 만큼, 이들부터 앞장서 자제해야 한다. 경주시 또한 앞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현수막 게시를 최소화하고, 다른 홍보 수단을 적극 활용해 솔선수범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만이라도 불법 현수막을 걸지 않고, 지정 게시대를 활용해 주시고, 위반 사례를 보면 신고해 주십시오. 작은 손길 하나가 모여 천년고도의 품격을 지키는 큰 힘이 될 것이다.

APEC 정상회의는 세계에 경주를 알릴 절호의 기회다. 깨끗한 거리, 질서 있는 광고 문화야말로 세계인에게 보여줄 진짜 경주의 얼굴이다. 불법 현수막 없는 경주, 우리 모두의 힘으로 경주의 자존심을 지켜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