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iTV] 서울시의회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전국 최초의 조례를 제정했다. 조기 선행학습 열풍으로 이른바 ‘4세 고시’, ‘7세 고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이소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발의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사교육비 부담 완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이 23일 열린 제33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조례안은 앞서 18일 제11차 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정 가결됐다.

이소라 의원은 “학령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연간 3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해 가계 부담과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교육격차 해소에 기여하고자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올해 3월 발표한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 3천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86.1%로 전국 평균(80%)을 크게 웃돌았다. 소득 수준에 따른 격차도 뚜렷해,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67만 6천 원인 반면, 300만 원 미만 가구는 20만 5천 원에 그쳤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8월, 초등학교 입학 전 과도한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침해한다며 교육부에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조례는 지방교육자치단체 차원에서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 근거를 처음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교육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 경감을 위한 교육감의 책무 규정 ▲사교육비 부담 완화 기본계획 수립 ▲사교육비 실태조사 및 분석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담부서 설치·운영 ▲사교육비 경감 정책 심의·자문을 위한 위원회 설치 등이다.

이 의원은 “사교육비 부담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과제”라며 “이번 조례를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이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와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격차로 인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공교육 안에서 충분한 학습 기회가 제공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며 “누구나 공정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소라 의원은 그동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전담팀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교육위원회 회의와 5분 자유발언, 시정질문 등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의 관련 대책을 점검해 왔다. 지난 10월에는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해법은 없을까’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실질적인 경감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