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iTV] 지난달 말 경주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지방도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인 무대였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2만여 명의 인사들이 경주를 찾았고, ‘한국의 멋과 정신이 살아 있는 도시’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행사 기간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모든 일정이 완벽하게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시민 한 분 한 분의 성숙한 협조와 참여 덕분이었다.

이번 APEC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시민 여러분이었다. APEC 유치와 준비, 그리고 성공적인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이 시민의 손으로 만들어 낸 변화의 역사였다. 2021년 유치 선언 직후 146만 명이 넘는 국민이 서명에 참여했고, APEC 클린데이 운영, K-미소운동 전개, 아름다운 경관 가꾸기에 함께 참여하며 도시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처럼 시민과 행정이 함께 힘을 모은 결과 경주는 중앙·지방·시민이 조화를 이룬 대한민국 최초의 시민 주도형 국제회의 도시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APEC을 통해 경주는 세 가지 소중한 유산을 남겼다.

첫째는 도시의 품격을 한 단계 높인 인프라 혁신이다. 도로, 하천, 경관, 숙박, 통신망 등 도시 기반이 대대적으로 개선됐고, 보문단지와 HICO 일대는 세계적인 국제회의 도시로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둘째는 문화외교의 새로운 지평이다. 경주 특산 빵, 천년한우, 신라금관, 한복, 한식 등 지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한류의 원형 도시’ 경주로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됐다. 특히 만장일치로 채택된 ‘경주선언’서 ‘문화창조산업’을 APEC 공식 의제로 명문화한 것은 문화도시 경주라서 가능했던 외교적 성과라 생각한다.

셋째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이다. 인구 25만의 작은 도시 경주가 이렇게 큰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 시민들이 보여준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은 경주가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같은 APEC 성과를 어떻게 이어가느냐이다. APEC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미래 발전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경주시는 ‘포스트 APEC 본부’를 신설하고, 앞으로 우리가 힘 모아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구체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문화 분야서는 ‘경주세계역사문화포럼’ 창설과 ‘APEC 문화의 전당’ 건립을 통해 문화와 창의, MICE 산업이 융합된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경제 분야서는 ‘APEC 퓨처스퀘어’, ‘글로벌 CEO 서밋’, ‘경북 AI 이니셔티브’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도시로 도약하고자 한다.

평화 분야서는 삼국통일을 이룬 성지로서 ‘신라통일평화공원’과 ‘한반도통일미래센터’를 조성해 APEC의 레거시를 한반도 평화통일의 동력으로 이어 나가고자 한다. 이 모든 노력의 중심에는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이 있다.

APEC이 끝났다고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된다. APEC의 성공에 힘입어 요즘 경주는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를 돈벌이 기회로만 알고 바가지요금, 눈 속임질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행한다면 관광객은 경주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APEC이 끝난 지금도, 시민 여러분의 환대와 미소, 질서와 청결로 증명된 성숙한 시민의식은 여전히 경주의 힘으로 남아 있다. 여러분이 보여주신 경주의 힘이 있기에 이 도시는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문화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APEC의 성과를 제대로 이어가는 길은 K-미소의 그 정신을 잊지 않는 것이다. 신라가 화랑정신으로 천년의 역사를 넘어 세계로 나아갔던 것처럼, 이제 경주는 APEC의 이름으로 다시 한번 세계의 중심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